B-163과 교신하기

2020 B-163과 교신하기

프로그램명: <B-163과 교신하기>  
일시: 2020.10.19-2020.11.3
장소: 자택(이동 가능), 구글드라이브, ZOOM
참여 대상: 대전 지역 문화예술교육 강사
참여 인원: 15명
주관: 대전문화재단

비대면 교육시대에 
한 개인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수행이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요? 
어쩌면 우린 타율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너무나 연약해서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소소한 일도 하기 싫어하는 이기주의와 편의주의를 매우 자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핑계거리는 생겼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나의 역량과 교육철학 및 티칭방법론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이지요. 문제는 나만 주장해야 할 이유를 우리 모두가 말하고 있어서 그다지 특별하게 봐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의 일은 그냥 예산을 써야 하니까 해야 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쓸모없는 일’이 우리가 하는 작업과 너무 맞닿아 있습니다. 때문에 작업은 삽질의 가치를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B-163과 교신하기> 씨앗 프로그램은 
이참에 느슨하지만 지속적으로 시간을 두고 뭔가를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만큼 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되고 보니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떡하지? 최소한의 활동시간이란 제한을 줘야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싹트면서 조급한 마음에 기본 토대가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뭐라도 얘기꺼리는 나와야 한다는 강박이 작동하고 있었나봅니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 법인데, 해오던 습성과 교육적 관성이 자율성을 훼손하게 된 점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보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사고 그리고 가장 시급한 새로운 가치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여전히 어렵기만 한데, 부지불식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그때가 좋았다, 돌아가고 싶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같은 노스탤지어 감각입니다. 이것은 현실부정과 회피주의적 태도입니다. 그리움은 이제 그만 놓아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지금의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로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지금의 세계를 알아갈 수 있습니다. 우린 여전히 지금을 알지 못합니다.  

우선 오늘 우리의 만남은 
2주간 같은 일을 해온 사람들끼리의 안부와 수다를 위한 동네반상회 같은 자리입니다. 서로 멀찍이 떨어져 살고는 있지만, 뭔가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한 공동체간의 나눔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한 자리가 될 듯합니다. 우리가 수행한 모든 일들을 일일이 논할 필요는 없지만, 개별적인 기록들이 뭔가를 지시하기도 하고 의미하기도 해서 함께 곱씹으며 새로움을 찾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활동사진